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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용이야기

실용음악과 졸업후 임용고시 합격까지 1

남편이 임용고시에 합격하고 교직생활을 하게 된지도 벌써 1년 3개월이 흘렀습니다. 무슨 남편이야기인가 하실 수도 있겠지만요. 남편은 원래 3년제 실용음악과를 졸업하고 개인음악활동을 하던 사람이었습니다. 이후 음악과 상관 없는 일을 잠시하기도 했었습니다. 그런 남편이 저의 소개로 음악교육대학원에 입학했고, 졸업 후 반 년 만에 중등 음악 임용고시에 합격하여, 지금은 교직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물론 남편의 지독하고도 성실한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입니다만, 현직에 있었던 제가 이런저런 도움을 많이 주었고 남편도 제 덕분에 교사가 될 수 있었다 종종 이야기 합니다. 

 

그래서 오랜만에 남편의 임용합격이야기를 여러 편의 글로 나누어 작성해보려고 합니다. 우선은 실용음악과를 졸업하고 진로를 찾지 못해 고민하시는 분들께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더불어 음악임용을 준비하시는 분들, 더 나아가서는 임용고시를 준비하시는 모든 수험생 분들께 소소한 응원의 글이 되었으면 합니다. 중간 중간 초수합격할 수 있었던 노하우나 전략에 대해서도 소개해 드리고자 하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때는 5년 전 2월 즈음 이었던 같습니다. 남편은 실용음악과를 졸업하고 대학 후배들과 팀을 만들어서, 1년동안 음악활동을 해온 상태였어요. 곡도 쓰고, 연주도 하고, 공연도 다니고, 버스킹도 하고, 틈틈히 학원에서 일도 하면서요. 

 

생각해보면 겨울에는 야외공연이 없다보니, 전체적으로 공연이 좀 비수기였던 것도 같은데요. 오빠는 20대후반이었고, 저는 그 당시 벌써 교직 4년차였습니다. 그러다보니 제가 조급해졌던것 같아요. 오빠는 결국 음악으로 돈을 벌 생각을 잠시 접고, 돈을 버는 일을 하기로 합니다.

 

오빠가 일을 하러 가는게 마음이 편하지는 않았어요. 몸이 고된 일을 하러 가는거였으니까요. 지금이었다면 백번 말렸을 것 같아요. 하지만 오빠의 확실한 계획과 의지가 있었기 때문에 그리고 현실의 높은 벽을 넘든 깨부수든 해야 저희의 관계가 이어질 수 있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에요. 오빠는 거제도로 가게 되었습니다.

 

오빠를 보러 거제도에 두 세번 내려갔습니다. 당시 고속도로 운전도 거의 안해봤던 제가 작은 스파크를 끌고, 경기도에서 거제도 까지 갔으니 정말 사랑이 대단했던것 같아요. 하하하.

 

직접 본 출근길 풍경은 느낌이 정말 묘했어요. 제가 내려갔을 때에도 오빠는 작업복 입고 출근하는 모습을 절대로 보여주지 않으려고 했어요. 통화를 종종했지만서도, 일에 대해서는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때 마침 뉴스에서는 조선회사 망한다는 기사가 심심치 않게 들려왔습니다. 

 

 

 

거제에 내려간지 4개월 차. 생각했던 것 만큼 돈이 안벌린다는 말을 자주했습니다. 일이 많지 않으니 야간잔업이나 휴일잔업이 없었고, 부수입을 늘려보고자 살던 원룸에서 기타레슨을 오픈하기도 했습니다. 여름에 접어드니 더위에 약한 오빠가 일을 힘들어하기 시작했습니다. 조선소 특성상 배 안에서 작업해야 하기 때문에, 키가 큰 오빠는 배 안에서 허리를 내내 숙이고 일해야했는데, 그런 탓인지 체력이 점점 뚝뚝 떨어지는게 느껴졌어요. (조선소 다녀오고 한동안은 안색이 까맸어요. 돌아오는데 한참 1~2년은 걸린 것 같아요.) 계획했던 3년의 거제생활을 다 채우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았습니다. 

 

그럼 오빠는 무슨 일을 해야 될까? 그때는 참 마음이 편치 않은 하루가 많았던 것 같습니다. 앞이 그려지지 않았고, 우리가 결혼을 할 수 있을지 마음이 확신이 서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연애를 무슨 일하듯 했던 제게, 포기란 없다 이런 마인드가 있었던 것 같아요. 당시 나이가 27 밖에 되지 않았는데 무슨 그런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어요. 하지만 그때 저는 오빠와 내가 안정적인 가정을 꾸릴만한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런 마음이 강하게 있었던 것 같아요. 내가 돈을 많이 버는 사람이었다면, 오빠가 이런 고생을 하지 않아도 되는데, 오빠가 그냥 맘편히 음악을 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순수한(?)마음까지 있었... 고요. 푸후흐.

 

그러다가 딱! 오빠가 임용고시를 보면 되겠다는, 음악교사가 되면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되는 계기가 생기게 됩니다.

 

 

- 다음편에 이어집니다 -

2편 ▶ http://greenee.tistory.com/12